많은 사람들은 영화음악은 안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멜로디의 사용을 최소화 하고, 반주처럼 들리게 하면 일이 쉽게 해결되기도 한다. 그러나 비단 멜로디 뿐만 아니라 여러 음악적인 면이 충분히 드러나도 되는 이유가 명확히 있고 그 점이 장점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영화음악 고유의 특징을 가지면서 음악 본연의 가치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좋은 영화음악에 대해 생각이 있었다.

1. 영화를 보고 음악이 영상과 조화롭게 느껴져야 한다.
2. 그 영화를 다시 볼 경우 음악의 역할이 명확히 보여야 한다.
3. 다음에 OST만 따로 들었을 때 음악이 독립적이어야 하고, 좋은 음악에 대한 보편적인 가치 기준에 의해서도 좋은 음악이어야 한다.
4. 다시 또 영화를 봐도 영화 안에서 영화와 음악의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조건 음악이 매력적이어야 하고, 음악의 구조나 멜로디, 리듬, 오케스트레이션 등의 모든 것이 기본기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특별한 의미가 없는 한 음악은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관객은 영화를 한번만 보기에 음악의 의미, 좋은 음악을 가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뭐가 좋은 음악이고 나쁜 음악인지 관심이 아예 없다. 이 점은 감독이나 영화제작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좋은 영화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평생의 작업을 통해 시도하고 증명해 내야 한다. 그 점이 어렵다.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영화음악을 작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음악감독이 감독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고, 관객이 감독의 의도에 따라 영화를 보는 방법을 가이드처럼 제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통해 영화를 만들고, 음악을 통해 연출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음악감독의 감독 글자를 빼고 음악기술자로 불려야 할 것이다.

좋은 연출이 가미된 좋은 음악이 드라마를 안내하면 영화는 무조건 재미 있어진다.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고 다채로운 영화적 상상에 빠져들 수 있다. 요즘처럼 멜로디가 아닌 그저 반주의 스타일로 승부하는 영화가 대부분인 이 시대에 조금 더 고민하고 차별화된 음악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 그래서 영화관람이 아닌 영화감상으로, 영화산업이 아닌 영화예술로 승화되게 하고 싶다.